평론(2023)

박용화 작업론 충남미술관 TF 학예사 김복수   박용화의 근 몇 년간의 작업을 살펴보면 유랑자적 냉소가 깊이 분절되어 있다는 것이 첫인상이다. 기실 작가의 의도가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그림의 도상들과 배치는 그런 방랑자적 특이성이 드러나 있다. 그의 그림이 스펙터클하거나 급진적이진 않지만 어떤 자전적 사건이 늘 중심에 있으며 파편적 알레고리들이 곳곳에 숨겨진 채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

평론(2022)

공간에 가둔 표정 시인 김희정 새가 자유롭다고 말한다. 바람이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있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보는 시각에서는 그럴 수 있다. 새는 날개를 펴 허공을 가른다. 피곤하면 날개를 접는다. 바람은 사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한다. 사물에 자신을 입혀 자신의 모습을 본다. 풍선에 들어가면 풍선이 되고 꽃에 들어가면 꽃이 된다. 그런데 공간을 만나 새로운 모습이 되는 것은 …

기사(2021)

고유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사회에 던져지며 개성 상실 눈·코·입 지워 표정 흐릿하게 상품처럼 진열된 상황 극대화 박용화 작 ‘박제된 공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족이 사는 집은 반지하다. 그들의 집에서 바깥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창이다. 그 창을 통해 거리의 풍경이 들어오고, 햇빛도 쏟아져 내렸다. 작가 박용화의 첫 작업실은 전형적인 반지하로 영화 ‘기생충’ 속 가족의 …

평론(2021)

홍예슬(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HONG Yeseul(Curator at DMA)   박용화를 읽는 세 가지 방법, 유목적 주체와 동물원   내 집 마련,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갖는 주제이다. 생후 4개월의 갓난아기가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24억원대의 아파트를 매입했단 기사에 달린 수 많은 댓글들은 이러한 관심을 반증할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주거 안정성은 그 …

평론(2020)

기념비적 형태들   미술비평가  안소연   박용화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동물원에 주목해 그림을 그려 왔다. 중간중간 동물원이 아닌 것을 그리기도 했고, 그보다 훨씬 앞서서는 주로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초현실적 함의의 인체와 동물(의 살)이 함께 있는 장면을 그리기도 했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그가 줄곧 회화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은, 동물원의 풍경 그 자체이기 …

평론(2019)

존재하나 외면한 것들에 대한 서사   허나영(미술평론가) Hur, Nayoung(Art Critic)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적이 있는가. 분명 존재하고 있기에 스스로를 있는 힘껏 표시했지만 외면당한 경험, 이는 비단 특정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흔히 길에서 넘어져 난처해하는 사람을 그저 지나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들을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었고 그에 따른 …

평론(2018)

인간우리(Humam Cage), 현실에 대한 상황극   류철하 (이응노미술관 관장) <비인간적 동물원>은 인공적 공간인 동물원이란 장소를 통하여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회화작품이다. 박용화는 전시장에 동물 우리를 만들고 네온으로 ‘인간우리(Humam Cage)’라고 명명하였다. 박용화가 만든 ‘인간우리’는 인간의 동물성과 현대사회에 대한 하나의 은유이다. 박용화의 ‘인간우리’는 현대사회의 통념에 갇힌 인간성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포함한다. 동물성의 발현으로서의 인간, 혹은 동물성 곧 …

평론(2017)

박용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마틴 배런 고깃덩어리 얼마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공군부대 돼지공장을 시찰한 <조선중앙TV> 보도의 캡쳐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댓글이 달릴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진”이라는 촌평과 함께. 나른한 봄날 오후에 졸지 말라고 서로의 어깨를 흔들어 주듯, 가벼운 SNS 링크 복사로 돌아다닌 그 장면을 보면서 여러 작품들이 오버랩 됐다. 먼저 본인이 시나리오를 …

평론(2015)

다들 이러고 살잖아, 이 끔찍한 세상에서   살면서 인생 선배들에게 이런 말 많이 들었다. “야, 이 사회는 말이야, 정글이야, 정글.” “정신 똑바로 안 차리고, 너 지금처럼 있다 보면 금방 사십 되고 오십 된다.” 아무리 봐도 정글에 가본 일이라곤 없을 것 같이 생긴 그 어떤 선배 말은 크게 믿음이 안 갔다. 하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를 거라던 …

평론(2014)

동물원 탈출기   황찬연(이응로기념관 학예사)   동물원을 주제로 박용화는 우리 사회의 각 층의 삶을 환유적으로 표현해 왔는데 금번 스페이스 ㅅㅅㅅㅣ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주제인 ‘퍼포먼스’를 자신의 작업과 결합시켜 새로운 형식을 찾고자 고민했다. 신체행위를 통해 이미지-언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감각을 끌어내는 예술형식에 대한 현재적 접근으로서의 새로운 시도라는 주제 하에 박용화는 자신의 이주와 그곳에서의 경험을 작업의 주요 내용으로 등장시킨다. …